2008년 09월 04일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지난주 2008년 8월 28일자의 네이쳐에서 테네시대학 약학과의 박사후연구원 이안 부룩스는 미국의 박사후연구원의 공급과잉에 대하여 언급을 하였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박사후 연구원 중 20%미만이 정년제의 교직원으로 채용이 된다고 한다. 그의 문제제기의 원인은 최근처럼 경기가 후퇴할 때 마다 흔히 "과학기술인력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명제가 당연하게 도출되고 통용되는 것에 대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진학율이 거의 대부분의 입시생을 수용할 정도로 급성장 했듯이 미국의 대학진학율도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학진학율의 증가에 따른 교직원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렇게 증가한 고등교육 인재들의 숫자가 과잉이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은 쉽게 다루어지지가 않는 것 같다.

미국이나 한국의 급격한 대학진학율의 증가는 산업의 공동화와 연관이 많다. 빤히 보이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열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취업 적정연령의 젊은이들을 그저 대학으로만 밀어넣는 정책은 사실 아무도 건드리고 싶지 않은 폭탄을 잠시 묻어두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대학진학율의 증가에 따라 비례적으로 과학기술인력이 느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특히 과학분야에 한해서는 과연 제조업을 바탕으로한 산업의 유출이 심화되는 시점에 구지 비례적으로 과학기술인력을 늘려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라는 글로벌 경제하에서의 국가적 산업기조 변경아래서 인해전술식의 과학기술 인력의 배출은 자칫 과학기술인력시장의 구조를 왜곡하며, 공급과잉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고급기술의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 목적을 인해전술식의 인력배출로 성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인력배출의 증가가 손쉬운 명제로 떠오르는 이유는 과학기술 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마땅한 시장조절기능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돌려 생각하면 이렇게 마땅한 시장조절기능이 없는 과학기술 분야가 고학력을 추구하는 교육시장의 소비자의 욕구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주 타깃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기술은 이제 인해전술보다는 연구의 질적인 향상을 모색할 때이다. 논문의 갯수를 수치로 세고 있거나 또는 논문이 실린 잡지의 인용지수나 들추어 보는 피동적인 과학기술의 검증으로는 관료적이고 비생산적으로 과학기술의 저변을 해칠뿐인 것이다. "경제개발 계획 5개년"식의 3년내 5년내 산업화라는 단서가 달리는 조건부의 연구들도, 가끔은 채찍이 될수도 있겠지만, 좀 더 고부가가치의 기술로 응용될 수 있는 기초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족일 뿐일 것이다.

과학기술인력의 증가라는 폭탄을 이제는 그만 돌렸으면 한다. 정책가들이 이런 카드를 꺼낸다면 그저 "나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말의 변명일 뿐이다.


by 장미 | 2008/09/04 06:36 | General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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